[155 마일] '무연고 토토 커뮤니티 청년'에게 '정착' 보다
뉴스1
2025.03.01 05:01수정 : 2025.03.01 05: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올해 39세인 김은철 씨는 태어난 순간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출신 성분이 낮았던 터라 아버지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다. 아버지는 참아온 울분을 친구에게 털어놨는데, 바로 보위부에 고발돼 정치범으로 붙잡혀갔다.
대다수가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늘 가족이었다. 하지만 유독 그에겐 혼자 남겨져 살아온 세월이 길었다. 먼저 두만강을 건넌 어머니와 누나를 찾으러 13살에 국경을 처음 넘었을 때도, 중국에 숨어 지내다가 자기 발로 다시 북한에 들어간 이유도, 그저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유가 없던 가족들에게 은철 씨는 '부담'이었고 돌아갈 곳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17살에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는 '무연고 토토 사이트 추천 청소년'으로, 또 한 번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한국에 정착한 지 20여 년이 흘러 은철 씨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아버지의 나이가 됐을 무렵, 그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한국에서 비영리 인권단체를 이끌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북쪽에서나 남쪽에서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고가 없어진 청년들에게 '울타리'를 만들고 싶어서다. 피를 나눈 가족과 살지 못해도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절실했던 자기 청소년 시절을 누군가 되풀이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정착 후에도 남은 '부채감'…무연고 청년들이 되풀이 하지 않도록
은철 씨가 한국에 왔던 지난 2002년엔 무연고 토토 사이트 추천 청소년들이 많았다. 1990년대 식량 배급이 끊겼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보호자를 잃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 청소년들이 대다수였다. 당시 그도 미성년자였기에 국가정보원 조사 이후에 임대주택을 받지 못하고 비슷한 또래의 토토 사이트 추천 청소년 10명이 있는 충청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게 됐다.
북한에서 '반역자' 가정으로 소문이 나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은철 씨에겐 더없이 소중한 공부 기회였다. 먹을 것 걱정 없이, 국경을 넘어봤다는 이유만으로 구타당할 필요도 없이 그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고 한다.
넘어온 지 1년 만에 초·중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19살엔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일반 직장도 경험해 보고 사업도 차려보며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지난 2012년엔 헤어진 지 약 15년 만에 어렵게 어머니와 누나와도 한국에서 상봉해 드디어 같이 살게 됐지만, 마음 한편엔 정체 모를 '부채감'이 남았다고 한다.
"저처럼 연고가 없던 청년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사업도 잘해왔던 친구였어요. 근데 한 번 사기를 크게 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그때 지금처럼 토토 사이트 추천민 출신 변호사, 의사 등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인권단체 '더라운드'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체는 토토 사이트 추천 청년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리더십 스쿨'과 이들의 네트워크 확장을 돕는 '더라운드 포럼', 또 한반도 문제를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만드는 '통일 캠페인' 등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의 후원 사업에 지원한 인권단체 중 토토 사이트 추천민이 운영하는 단체로는 유일하게 선정돼 이북 음식 '남북통일 포차 청년' 행사를 주관했다.
"(한국에 정착하면서) 20년 동안 누릴 만큼 누렸는데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요. 앞으로의 삶은 이제 정해져 있는데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토토 사이트 추천 청년들이 사회 정착에만 집중하기보다 서로 도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도록 참여를 이끌어내고, 주체적으로 앞장서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길수 군 일가족 망명 사건' 듣고 희망…토토 사이트 추천민 성공 사례 중요한 이유
은철 씨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토토 사이트 추천 청년들의 소식이 중국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토토 사이트 추천 청년들에게 분명한 희망이 된다고 확신했다. 그가 중국 연변의 한 교회에서 숨어지내던 때에 골방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국 뉴스로 한국 입국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지만 그는 이미 오랜 토토 사이트 추천 경험으로 지쳐 있었다. 자발적 토토 사이트 추천과 강제 북송 경험을 포함해 7번 두만강을 넘은 끝에 중국 화룡시의 한 교회에 숨어지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시 그는 심한 영양실조로 늑막염 등 여러 질병을 동시에 앓게 되면서 중국 공안에 들켜도 도망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한국행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01년 6월 같은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형이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장길수 군 일가족 10명 망명 사건'이었다. 브로커가 없어도 기획형 망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공안 경비가 삼엄해 접근이 어려워 주중 캐나다대사관으로 망명을 신청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던 시기였다. 잘 걷지도 못했지만 한 살 어리던 아는 동생과 같이 담을 넘어갈 틈을 치밀하게 노렸다. 마침내 17살 여름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토토 사이트 추천민들의 성공 정착 사례가 알려지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중요해요. 북한 사람들에게도 희망이거든요. 그래서 사회 전반적으로 토토 사이트 추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 긍정적인 뉴스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토토 사이트 추천 청년들도 취업, 진로 등 일반 청년들처럼 먹고사는 문제 걱정하는 건 똑같아요."
다만 사명감 하나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권단체들의 경우 국내 지원금을 사무실 임대비 등에 지출하지 못하게 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단체들은 해외 인권재단 심사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등 인권단체들의 보조금이 동결되면서 포트폴리오가 풍부한 인권단체도 활동이 축소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은철 씨는 새로운 출발을 계획 중이다.지난 1년간 사무공간으로만 활용했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북한과 통일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속해서 드나들 수 있는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다시 세운 목표다. 공간에 온 누구나 잠깐이라도 북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각자가 알아서 살면 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연고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예요. 가족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어요." 은철 씨의 바람이 담긴, 그러나 담담하고, 동시에 우리 사회가 잘 돌보지 못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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