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일도 아닌데"…학교 내용증명에 동덕여대 토토 사이트 추천

뉴스1 2025.03.01 06:15수정 : 2025.03.01 06:15기사원문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일대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토토 랜드의 '래커 시위'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2024.1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최현아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제58대 비상대책위원회 학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등이 20일 낮 서울시 성북구 화랑로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보복성 법적 대응 및 학생 인권침해 규탄 학내서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토토 랜드은 학교 측에 법적대응 중단과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2025.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학교가 나한테 이걸 보냈다고? 현실이 아닌 줄 알았어요. 살면서 학생이 내용증명을 받을 일이 없다 보니까. 한 적이 없는데…"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 모 씨는 이달 초 재학 중인 동덕여자대학으로부터 '내용증명'이라는 생소한 서류를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정치와 법 과목에서 배운 적은 있지만 막상 직접 받아보니 당황스러웠다.

서류에는 이 씨가 래커칠과 테이프 부착을 통한 재물손괴 및 포탈 서버 공격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위 일시는 '미상', 행위 장소는 '교내'라고만 모호하게 서술돼 있었다.

학교 측은 "진술서를 제출할 수 있고 징계 여부를 심의할 학생활동지원위원회(학지위) 회의에 출석해 소명할 수 있다"는 고지를 덧붙였다.

이 씨는 "그런 행위를 한 적 없다"며 "학생을 불러서 면담한다든지, 교수님과 면담한다든지 충분히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은 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학 측 법률대리인 이경하 변호사는 "징계라는 행정처분을 할 때는 처분 대상자에게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 혐의에 대해 미리 충분히 고지하고 진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이 부분이 너무 추상적이면 그 자체로 절차상 하자이고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처분은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강제 요양 당하는 느낌이에요."

재학생 모금을 통해 근조화환 시위를 주도한 A 씨는 내용증명을 받고 형사 고발 대상까지 됐다. 그는 "학교의 보복성 대응이 너무 힘들었다"며 3월 개강을 포기했다.

A 씨의 구체적인 혐의는 공용 건조물 침입·업무방해 등으로 확인됐다. 단 실제로 본관 점거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만 하루가 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 토토 랜드의 본관 점거는 11월 11일부터 시작돼 비상계엄 전까지 지속됐다.

이틀 사이에도 쓰레기를 치우는 등 소일거리를 하며 다른 건물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아보느라 종종 자리를 비웠다. 학교 '총력대응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하는 게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싶어 이틀 만에 나오게 됐다.

개강 시즌을 앞둔 그는 현재 상황이 "강제 요양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A씨는 "나는 아직 쉴 때가 아닌데"라며 "다른 학교 친구들은 아무 일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공통으로 왜 학교가 학생과 법적인 방식으로만 맞서려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남녀공학 전환 문제와 관련해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진지하게 대화하기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는 듯한 태도에 실망을 드러냈다.

사태가 불거진 후로 불면과 악몽,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는 A 씨는 "학교랑 학생이잖아요. 형사 고소를 걸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며 허탈해했다.

이어 "직접 가르치진 않았더라도 오가면서 마주친 토토 랜드일 텐데 내가 돈 내고 배우러 온 이 학교에서 법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당장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받았을 때 '내용증명'이라는 네 글자가 주는 압박감은 크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내용증명은 법적으로 송달 확인의 의미만 가질 뿐, 답변할 의무가 있거나 출석을 강제하는 효력은 없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동덕여대의 모호하고 무분별한 내용증명 발급이 경고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토토 랜드은 조사차 참석한 학지위에서도 압박을 느꼈다. 학지위 참석한 복수의 토토 랜드은 최소 6~11명의 학교 측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혼자, 또는 변호사와 동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번 이상 학지위에 참석한 학생도 있었다.

이 씨는 이런 학교 측의 조사 분위기에 대해 "압박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들긴 했다"고 회상했다. 학교 측은 "실제로 (내용증명에 적힌) 그 활동을 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서도 정작 이 씨의 행동에 대한 일시를 특정해 질문하지는 못했다.

A 씨는 "황당한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뜬금없이 "학점이 좋냐"고 묻는 말에 "별로 안 좋다"고 답하니 "머리가 좋은가 봐요. 어떻게 혼자 이런 걸(근조화환 시위) 할 생각을 했지"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학교 측은 "외부 단체의 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도 A 씨가 외부 단체와 결탁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학교 측은 면담 등이 아닌 내용증명을 발급하고 형사소송을 걸게 된 경위에 대해 "훼손된 것이 있으면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무언가가 부서지고 문제가 되면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내용증명에 '미상' 등의 모호한 표현이 적힌 점에 대해서는 "폐쇄회로(CC)TV나 카드 기록 등이 남았지만 기록이 없는 토토 랜드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며 "신고나 목격 진술을 통해 내용증명을 보낸 후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모두를 다 블랙리스트처럼 해 놓고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우편으로 갔다고 해서 리스트에 적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토토 랜드에게도 소명할 기회를 주고, 피해 보는 학생이 없게 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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