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든 동덕여대 스포츠 토토 배트맨 신입생 얼굴엔 '기대'…"래커칠 지워졌으면"
뉴시스
2025.03.01 07:02수정 : 2025.03.01 07:02기사원문
토토 랜드, 2025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개최 '민주동덕' '친일 OUT'…래커칠 흔적 '여전' 기념사진 찍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학생도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전날(2월28일) 오전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토토 랜드. 교문에 들어서니 캠퍼스 곳곳 아스팔트 바닥과 건물 외벽에는 붉은 래커칠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날 토토 랜드는 2025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을 열고 새로운 얼굴들을 맞이했다.
새내기를 맞이하는 기쁨과 갈등의 상흔에 아쉬움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건물을 통과하는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연신 고개를 돌려 글자를 흘긋거렸다. 학부모들은 "아주 난장판이 됐다" "안에 쓰레기만 싹 치웠지 아직 지워지지도 않았다"라며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자녀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들뜬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캠퍼스 한가운데 동덕학원 설립자 고 조동식 선생의 흉상은 '친일파'와 'X' 표시로 뒤덮여 훼손된 채 갈등의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대학 본관 앞에는 본부 행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운동장 한켠을 차지한 과잠(학과 점퍼)은 비닐에 덮인 채로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이날 강당 내에서 진행된 입학식에서 조원영 동덕학원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아름답고 깨끗한 캠퍼스에서 여러분을 맞이하지 못한 것은 깊은 유감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입학식이 끝나자 래커칠이 상당 부분 지워진 교문과 본관 건물 앞은 포토존이 됐다.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깨끗한 배경을 찾아다니며 학교와 첫인사를 나눴다. 래커칠 흔적이 없는 강당 내에서 연단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교정을 둘러보던 앳된 얼굴의 신입생 A(19)씨는 "학교가 빨리 깨끗해졌으면 좋겠다"며 "원하는 과는 아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웃어 보였다.
강당 앞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던 B(19)씨도 "왜 아직 (래커칠이) 정리가 안 됐나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며칠 전 오리엔테이션(OT·오티) 때 선배들이 열정적으로 행사를 주도하는 걸 보고 힘든 상황에서도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상흔이 여전한 캠퍼스를 거니는 신입생들은 대체로 밝은 얼굴이었다.
학부모들은 교정을 둘러보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휴대전화를 움직여 자녀와 함께 촬영을 이어갔다. 특히 래커칠 흔적에 시선을 두기보다 대학 정문에 내 걸린 졸업자들의 취업 축하 성공 플래카드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들은 홀로 조용히 입학을 기념하고는 별도의 사진 촬영 없이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교정을 한번 쳐다보고는 귀가하던 문과계열 C(19)씨는 "사진은 찍지 않았다"며 "이 정도로 안 지워졌을지 몰랐다. 캠퍼스가 예쁜데 깨끗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홀로 체육관을 빠져나와 발걸음을 옮기던 예술계열 신입생 D(19)씨도 "교정의 모습을 보시고 실망하실까 봐 부모님도 안 모시고 왔다"면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이 알려지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토토 랜드 학생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래커 시위와 점거 농성을 벌였다. 사태 발생 4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피해 보상 문제를 두고 학교 측과 학생 측 간 의견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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