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 2021년. 당시 핫 이슈 가운데 하나가 ‘6억 아파트 실종’이었다. 고가는 물론 중저가도 가격이 뛰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사라진 것이다.
실제 토토 사이트 추천R114 자료에 따르면 시세 기준으로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2020년 20.7%에서 2021년에는 7.9%로 뚝 떨어졌다. 저가 아파트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사라졌던 6억 이하 아파트...다시 컴백

토토 사이트 추천R114의 서울 아파트 가격(시세 기준) 구간대별 자료에 따르면 6억원 이하와 50억원 초과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우선 6억원 이하의 경우 비중이 2021년말 7.9%에서 2022년말 8.4%로 늘더니 2025년 1월말에는 15.6%까지 상승했다. 가구수 기준으로 보면 저가 아파트는 2021년 9만7268가구에서 올 1월 24만1463가구로 약 2.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토토 사이트 추천R114 관계자는 “통계를 보면 2022년부터 저가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세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 가격대는 큰 변동 없이 비중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초고가 주택인 50억원 초과는 비중이 2021년 0.5%에 불과했다. 슬금슬금 오르더니 올 1월에는 1.2%까지 상승했다. 100가구 중 1.2가구가 50억원 초과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50억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 2021년 5930가구에서 2025년 1월에는 1만9059가구로 3.2배 증가했다. 50억원 초과 단지가 있는 지역도 2021년에는 강남·서초·용산구 등 3곳에 불과했다. 올 1월에는 성동·송파·영등포·종로·중구 등이 포함되면서 8곳으로 증가했다.
싼 건 더 싸지고...비싼 것 더 비싸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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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원 이하 아파트는 외곽지역에서 급증했다. 올 1월말 기준으로 저가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도봉구로 54.7%로 조사됐다. 도봉구는 10채 중 절반 이상이 6억원 이하다.
뒤를 이어 노원구(47.9%), 금천구(43.8%) 등의 순이다. 이들 지역은 2021년의 경우 6억원 이하 비중이 20~30% 수준이었다.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강북구다. 2021년 6.5%에 불과 했으나 올 1월에는 34.7%를 기록했다.
외곽지역에서 6억원 이하 비중이 늘어난 것은 6억 초과 ~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다시 6억원 이하로 시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6억 ~ 9억원 이하 비중이 도봉구는 2021년 44.0%에서 올 1월 36.7%로 줄었다. 노원구도 57.6%에서 39.7%로 감소했다.
50억원 초과는 강남3구와 용산 등 고급주택 단지에서 증가했다. 서초구는 올 1월 기준으로 관내 아파트 9.8%가 50억원 초과다. 2021년에는 4.1%에 불과했다. 강남구도 6.8%로 2021년(3.1%) 보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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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파트 시장에서는 초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 양극화를 넘어 ‘K자형’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즉, 중저가는 더 싸지고, 고가는 더 비싸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가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강남구 6억원 이하 비중은 2021년 2.6%였으나 올 1월에는 3.1%를 기록했다. 서초구도 이 기간 2.8%에서 3.8%로 증가했다.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문제는 서울에서도 양극단의 간극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초양극화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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