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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인구는 감소하고 지방 대학의 위기감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소요 기간이 2023년 10.4개월에서 2024년 11.5개월로 증가했다. 대학 교육이 해법이 되어야 하나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은 2018년 27.9%에서 2024년 31.5%로 오히려 미스매치가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 중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토토 베이 파이프라인(Talent Pipeline)'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다. 기존에도 계약학과, 산학협력단, 현장실습 등의 제도가 존재했지만, 대부분 대학 주도로 운영되거나 대기업에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 토토 베이 파이프라인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교육 과정 설계부터 채용까지 전 과정에 직접 개입하도록 설계된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산업별 맞춤형 토토 베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대상을 지역 중소·중견기업까지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는 산학겸직교원 제도를 통한 실무 전문가의 대학 참여와 대학-기업 공동 R&D를 통한 산업과 학문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대학과 기업은 벽을 더 허물어야 한다. 학문과 실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문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산학겸직교원 제도는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는 구글 AI 연구원 박사를 겸직 교수로 임용하며, 기업과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대학-기업 공동 R&D는 실질적인 산합협력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현대차와 서울대가 2021년 3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동연구소를 설립한 사례가 좋은 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같은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는 반도체 기업 TSMC와 협약을 맺고 학부 장학금·석사 펠로우십·인턴십을 제공하는 한편, 졸업생을 TSMC에 채용하는 토토 베이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한국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서 이러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 대학 정책 등과 연계해 '토토 베이 파이프라인'을 정착시키고자 한다.특히 충남 RISE센터는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입학과 동시에 채용 약정을 맺는 '계약정원 모델'을 추진 중이다. 이런 모델이 자리 잡으면 대학과 기업이 각자 따로 토토 베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토토 베이를 '육성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대학과 기업이 함께 토토 베이를 길러내는 '토토 베이 파이프라인' 모델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해법이다.
제방훈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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