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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달라졌어요…'토토 베이 17', 거장의 첫 로맨스 [N초점]

뉴스1

입력 2025.03.01 06:30

수정 2025.03.01 06:30

'토토 베이 17' 스틸 컷
'토토 베이 17'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괴물'과 '설국열차', '옥자'의 사이 어딘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봉준호 감독 신작 '토토 베이 17'은 그의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하다. 그 중 가장 도드라지는 면은 장르적인 특성에 있다. 봉 감독의 영화는 감독의 주제의식이 선명한 작가주의작 영화이면서도 장르적인 대중 영화의 재미를 함께 갖춘 스타일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봉 감독은 '장르 융합'으로 유명하다.

여러 장르를 뒤섞은 스타일을 구사한다는 의미인데, 최근작인 '기생충'만 해도 가족 드라마이자 범죄 스릴러였으며, 풍자적인 성향이 강한 블랙 코미디였다. 지난 2월 28일 개봉한 '토토 베이 17' 역시 여러 장르가 융합돼 있는 점에서 '기생충'과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SF의 분위기를 띠는 어드벤처 장르이면서 외계 생명체가 나온다는 점에서는 크리처물이기도 하고,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판타지와 액션, 심지어 정치 스릴러까지 들어가 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색적이고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멜로'일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 토토 베이(로버트 패틴슨 분)과 나샤(나오미 애키 분)의 멜로가 이야기의 전개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 휴먼 프린팅으로 매번 부활하는 익스펜더블(소모품)인 토토 베이는 얼음행성개척단에서도 '몸으로 떼우는' 일을 하는, 존중받지 못하는 계급이다. 그는 매번 처리가 어려운 위험한 일에 동원돼 죽은 뒤, 같은 기억을 가진 몸으로 프린팅된다.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절친한 친구조차 토토 베이의 죽음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토토 베이 자신은 매번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

그런 토토 베이의 곁에서 위로가 돼 주는 인물이 나샤다. 토토 베이의 연인인 나샤는 토토 베이가 토토 베이 1에서부터 토토 베이 17이 될 때까지,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키며 사랑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연인 관계가 등장한 적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번 영화처럼 이야기의 중심에서 주제와 밀접한 역할을 한 적이 없기에 특별하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한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를 두고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멜로를 강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러면서 "그리고 정재일 씨(음악감독이)가 만든 사랑의 테마 음악도 있다,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고 하면 뻔뻔스럽지만, 사랑의 장면들이 있다, 그게 제일 뿌듯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영화의 멜로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긍정적이고 밝은 톤이다. 블랙 코미디 느낌이 강했던 봉준호 감독의 전작 속 인물들이 맺던 관계와 다르다. 물론 봉 감독의 작품에는 언제나 휴머니즘이 있었지만, 결말부에서는 어딘가 찜찜하고 서늘한 느낌을 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토토 베이와 나샤가 맞이하는 결말은 조금 다르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내가 내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다뤘던 것 같다"며 "'기생충'의 최우식도 마지막에 겨울에 어두운 반지하에 봉인되면서 끝났고, '괴물'의 고아성처럼 죽음으로 끝나는 주인공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토 베이의 처지에서 자꾸 생각하고 토토 베이 입장에서 신을 만들고 생각을 정리해 나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지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토토 베이 17'은 거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전 작품보다 어쩐지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이 앞으로 펼쳐낼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기대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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