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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딱히 정치색은 없지만, 보수 성향으로 보일까 봐 태극기 안 걸어요."
언제부턴가 삼일절을 비롯한 국경일에 토토 다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반 주택은 물론 아파트 단지에서도 토토 찾아보기 쉽지 않다.
토토 달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태극기가 보수단체의 상징이 되면서 자칫 오해를 살까 꺼린다는 것이다.
대학생 A 씨(25)는 "예전엔 본가에서 꾸준히 토토 걸어왔다"며 "집회 때 극우 단체에서 많이 쓰이는 것을 보고 혹여나 해서 걸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또는 극우 단체가 집회 때마다 토토 동원하면서 국기(國旗) 태극기는 보수단체의 상징이자 그들이 벌이는 집회의 전유물 신세가 됐다는 일부의 해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충북도청에서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을 때도 참가자 대부분은 토토 들고 있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매주마다 그 의미를 잃고 나부끼는 토토 손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혹여나 정치 성향을 오해받을까 국경일에 토토 걸기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매년 토토 걸어왔다는 B 씨(55)는 "태극기에서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지 보수단체가 집회에 토토 동원하면서 국기의 상징성이 퇴색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많은 시민은 태극기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의 상징물로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존재"라며 "국경일에 토토 다는 전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토토 특정 정치 세력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사라지고, 국경일에는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토토 게양하는 문화가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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