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고령화로 일제의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 생존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 진상 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죄 요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금을 받는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자 수는 지난 1월 1일 기준 640명(남성 574명·여성 66명)으로 집계됐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강제동원조사법 시행령)에 따라 생존자에게 해마다 의료지원금 80만 원을 지급한다. 이 지원금 수급자 현황을 기준으로 생존 스포츠 토토자 수를 추산한다.
해당 집계에 따르면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 생존자 수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0년 3140명 △2021년 2400명 △2022년 1815명 △2023년 1264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지난해 904명으로 집계되며 1000명대 밑으로 떨어졌다. 생존자 연령도 고령화됐다. 현재 스포츠 토토 생존자 중 최연소는 86세, 최고령은 109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자들은 일본 정부에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또 스포츠 토토자들은 지금도 일본 측과 손해배상 관련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질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2월 히타치조센 스포츠 토토자인 이 모 씨 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히타치조센이 법원에 공탁한 6000만 원을 수령한 것이 일본 기업의 자금을 받은 유일한 사례다.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이국언 이사장은 스포츠 토토 생존자 수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 대해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몇 년 후면 한 세대가 저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스포츠 토토자에 대한 사죄나 배상은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스포츠 토토자들이 돌아가신다고 하더라도 사죄 요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 토토자들이 겪었던 참혹한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기억을 전승할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주어진 매우 무거운 숙제"라며 "생존자와 유족들은 사죄와 배상이 당장은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곁에 든든히 서주고 목소리를 내주는 시민들이 있었으면 하는 게 가장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는 아직 일제의 강제 동원 문제는 스포츠 토토자 현황 파악과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대일항쟁기강제동원스포츠 토토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진행했지만,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스포츠 토토조사 신청 등을 하지 못한 스포츠 토토자들이 있었다.
정 대표는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자들에게 선물을 드리자"며 "스포츠 토토자들과 유족들에게 '친일파'가 아닌 강제 동원 스포츠 토토자라는 걸 명확하게 알려주고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드리는 것이 선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상규명 기관을 다시 만드는 것은 스포츠 토토자와 우리 국민에게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이라며 "진상규명은 스포츠 토토자만 할 수 있는 일이고, 일본을 평화와 화해의 길로 끌어내는 손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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