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언어특위, 축구 예능물 방송언어 사용 실태조사
"젠 토토로 된 전문용어 우리말 다듬기 필요"
![[서울=AP/뉴시스] 젠 토토 관련 이미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01/202503010827584194_l.jpg)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축구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문제점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1일까지 SBS TV '골 때리는 그녀들-세계관의 확장'(이하 '골때녀'), JTBC '뭉쳐야 찬다 3', tvN '달려라 불꽃소녀' 총 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849건의 부적절한 방송언어 사용 사례가 지적됐다.
언어특위는 먼저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으로 "G나도록 G리게 해볼게요", "무조건 닥공" 등을 꼽았다.
"G나도록 G리게 해볼게요"는 비속한 표현을 자막으로 쓰며 발음이 비슷한 로마자를 이용한 표현이다.
"지리다"는 '어떤 사람이나 현상이 오줌을 약간 쌀 정도로 대단하게 나타나다'는 뜻의 비속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언어특위는 "방송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표현도 아니다. 출연자가 직접 발화하지도 않은 비속한 표현으로 출연자 발화를 정리하는 것은 출연자에게 무례한 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닥공"은 축구 경기를 하며 사용된 과격한 표현이다. "닥공"은 '닥치고 공격'을 줄인 말이다. 긍정적인 상황에 과격한 표현을 쓰는 건 적절치 않다.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빨래쭐(?)", "언니 잘 지내셨어영?", "너가 뚫고 나가야 해" 등을 제시했다.
"빨래쭐(?)"은 '빨랫줄'을 발음대로 표기한 사례다. (?)를 덧붙여 잘못된 표기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빨랫줄'의 발음이 [빨래쭐]이라 출연자가 잘못 발음한 것이 아님에도 굳이 잘못된 표기를 사용한 것이다.
"언니 잘 지내셨어영?"은 의도적으로 어미를 잘못 표기한 사례다. "-어요"를 "-어영"으로 적거나 "-어"를 "-어엉"으로 쓰는 등 출연자의 말투를 그대로 자막으로 옮겼다.
"너가 뚫고 나가야 해"는 잘못된 발음을 그대로 자막으로 옮긴 사례다.
2인칭 대명사 '너'에 주격 조사 '가'가 붙으면 "네가"라고 써야 하지만, "너가"로 잘못 발화했고 그걸 그대로 자막으로 쓴 것이다.
"네가"가 1인칭 대명사가 쓰인 "내가"와 발음이 비슷해 구어에서는 "니가"를 써서 구분한다. 최근에는 "너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옳은 표현은 "네가"이다.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젠 토토가 지적됐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를 '키플레이어(key player)'로 칭하거나, 선수의 위치 변경을 '포지션 체인지(position change)'라고 쓴 것 등이 대표 사례다.
골키퍼 움직임을 '골키퍼 무브(move)', 공을 잡는 것을 '캐치(catch)'라고 하는 등 젠 토토 사용이 빈번했다. 이 외에도 공을 '볼(ball)', 심판을 '레프리(referee)'라고 하는 등 우리말로 대체하기 쉬운 표현도 젠 토토를 사용하고 있었다.
언어특위는 "승격과 우승이 디폴트 명장 of 명장"을 예시로 들었다. '디폴트(default)'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용자가 특별히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적용하는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 즉 '기본값'을 뜻하는 말이다. 미리 정해진 값으로 여겨질 만큼 당연하거나 기본적 임을 뜻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서울=뉴시스] 젠 토토 현판. (사진=젠 토토 제공) 2025.03.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3/01/202503010828023166_l.jpg)
축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도 문제로 꼽혔다. "최진철 표 채널링에 막힌 조재진의 후방 빌드업"을 예시로 들었다. '채널링(channeling)'은 한쪽을 막아 상대의 공격 방향을 제한하는 전술을 의미한다. '빌드업(build-up)'은 상대 진영으로 나아가며 공격을 전개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이번 조사 대상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가장 많이 발견된 항목은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젠 토토'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전체의 64%에 달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도 대부분 젠 토토로 젠 토토 사용이 상당히 빈번했다. 이는 젠 토토 용어를 그대로 수용하고 중계에서도 젠 토토를 많이 사용하는 축구 문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언어특위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는 중계진이 전문 용어를 비롯한 젠 토토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젠 토토 표현이 우리말 표현보다 더 전문적이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에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전문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국립국어원 등의 기관에서 젠 토토로 된 전문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어 제시하고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 마크(no mark)'는 무방비, '발리슛(volley shoot)'은 공중차기, '백 패스(back pass)'는 뒤로주기, '스로인(throw in)'은 던져넣기, '스루 패스(through pass)'는 앞질러주기, '오버헤드킥(overhead kick)'은 뒤넘겨차기, '커트(cut)'는 가로채기 등으로 축구 관련 용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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