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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보스 토토 침을 맞는데, 누군가 어전(御前)에서 ○○를 뀌었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1 08:36

수정 2025.03.01 08:36

[파이낸셜뉴스]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보스 토토 어깨가 아파서 침을 맞는데, 그 와중에 제조 유근이 어전에서 방귀를 뀐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선조는 벌을 주는 대신 사주(賜酒)를 내림으로서 용서했다(Chat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보스 토토 어깨가 아파서 침을 맞는데, 그 와중에 제조 유근이 어전에서 방귀를 뀐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선조는 벌을 주는 대신 사주(賜酒)를 내림으로서 용서했다(Chat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보스 토토는 1601년(보스 토토 34년) 봄에 어깨가 약간 결려왔다.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냈지만, 봄철 꽃샘추위로 인하여 찬 자극에 의해 어깨 근육이 뭉친 증상이 생긴 것이다.

약방 도제조 김명원과 제조 유근, 부제조 윤돈이 보스 토토를 진찰하였다. 이들은 보스 토토에게 “주상의 어깨는 냉기로 인하여 기혈이 뭉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침과 뜸이 좋습니다. 신들이 다시 의관들과 반복하여 상의한 결과, 반드시 먼저 여러 차례 침을 맞아 경맥을 통하게 한 뒤에, 허한(虛寒)과 사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우각구(牛角灸)를 떠서 진기를 보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탕약보다는 먼저 침만 맞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보스 토토 “그럼 내일 침을 맞도록 하겠다.”라고 답하였다.
다음 날 아침 진시(辰時, 07~09시)경, 보스 토토는 침을 맞기 위하여 별전 편방(便房)에 들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방의 도제조와 제조, 그리고 부제조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왕제자 이혼(李宖, 훗날 광해군) 또한 입시해 있었고, 의관인 허준과 이공기, 침의로는 김영국과 허임이 곧이어 입시했다.
허임이 침을 잡았다. 보스 토토는 누구보다 허임의 침술을 신뢰하였기 때문이다. 허임은 김영국과 함께 혈위를 선택한 후, 보스 토토의 어깨에 위치한 견우혈, 견정혈, 곡지혈 등에 침을 놓았다.
옆에서 김영국은 우각구(牛角灸)를 준비하였다. 우각구는 소뿔을 이용하여 뜸을 뜨는 것으로, 기(氣)와 혈(血)의 순환을 촉진하고 염증이나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각과 함께 쑥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뿡~”하는 소리가 났다. 허임은 깜짝 놀라 곡지혈에 침을 놓으려다 잠시 멈췄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뜸 타는 냄새와 방귀의 구린내가 섞여 온 방을 가득 채웠다. 신하들은 모두 놀라 당황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마치 ‘난 아니오.’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때 왕세자 이혼이 화를 내며 “침의가 마음을 집중하여 기를 모아 자침(刺針)을 해도 부족할 판에, 이 와중에 방귀를 뀌다니 가당키나 한 것입니까? 그리고 더군다나 어전(御前)이 아니오?”라고 하며 어이가 없어 하였다.
그때 유근만이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유근도 자신이 아니라는 식으로 버티려 하였으나 심장이 벌렁거렸고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모두가 유근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유근은 버티다 못해 “소인이옵니다. 소인은 이번 겨울 내내 고구마를 많이 먹고 게다가 요즘 보리와 함께 콩만으로 끼니를 때웠더니, 엄숙한 자리에서 이렇게 무뢰한 행실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에 죄를 물으신다면 그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이실직고하였다.
보스 토토는 허준에게 “유근의 행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에게 어떤 죄를 물어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허준의 한마디에 유근은 파직당할 수도 있었다. 임금 앞에서 무례하게 방귀를 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왕세자 이혼이 “아바마마, 제조 유근을 파면(罷免)하시옵소서. 파면이 아니라도 당장 면직(免職)이 마땅할 것이옵니다.”라고 거들었다. 이혼은 평소 성격이 급하고 감정이 격해지며 흥분을 잘하였다.
그러나 허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의서에 보면, 장위(腸胃)가 울결되어 곡기가 안으로만 쏠리고 밖으로는 퍼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트림이 나가거나 방귀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는 제조 유근의 장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장위가 죄가 있을지언정 이를 어찌 유근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겠사옵니까? 또한 방귀는 먹는 것에 따라 소리와 냄새가 달라지니, 유근의 방귀는 요즘 백성들의 주식이 변변치 못함 때문일 것입니다. 주상께서는 신하와 백성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지극하시니, 벌보다는 오히려 미곡(米穀)과 약을 하사하심이 마땅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보스 토토는 허준의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보스 토토는 허임에게 침과 뜸치료를 마저 하도록 하였다. 허임은 천종혈과 양릉천혈에도 침을 놓았다. 사시(巳時, 09~11시) 경이 되자 침치료가 모두 끝났다. 보스 토토의 어깨 통증은 일시에 사라졌고, 어깨를 움직일 때 불편함도 나타나지 않았다.
보스 토토는 내관에게 “오늘 침구 치료로 고생한 도제조 이하 의관들에게 합문 밖에서 사주(賜酒,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는 술)를 내주도록 하라. 특히 유근은 벌주로 몇 잔을 더 마셔야 할 것이다.”라고 하며 웃었다. 유근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엎드려 인사하였다. 유근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합문 밖에서 술상을 내라는 것은 정숙한 분위기에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한 술자리를 하라는 의미였다.
유근은 편방을 나오자마자 허준에게 허리를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였다. 허준은 유근에게 “평소에 방귀가 잦다면 생강과 진피(陳皮, 귤껍질)를 다려서 드시지요. 이것들은 기를 조화롭게 하고 복부창만을 줄여주며, 기를 아래로 내려 줄 것입니다. 또한 곽향이나 박하를 말려 차로 마시면 좋습니다. 냄새 나는 방귀에는 양파와 대파, 그리고 마늘을 줄여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사실, 유근은 제조라는 직책으로 의관인 허준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으나, 허준은 62세, 유근은 52세로 허준이 10살이나 많아 유근은 허준을 항상 어른으로 모셔왔다.
수라간에서 합문 밖으로 술상을 내어왔다. 도제조 이하 신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 잔 한 잔 술잔을 기울였다. 모두가 제조 유근에게도 한 잔씩 수작(酬酌)을 부렸다.
대낮부터 모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날따라 봄 햇살도 더욱 붉고 따스하였다.
방귀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자,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방귀나 악취가 심한 경우에는 장건강과 함께 식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남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방귀를 뀌었을 때는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타박하지 않도록 하자.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방귀를 뀌기 때문이다.
* 제목의 ○○은 ‘방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조선왕조실록○ 보스 토토실록. 보스 토토 34년 1601년 3월 24일. 藥房都提調金命元, 提調柳根, 副提調尹暾啓曰: “明日自上, 當受鍼灸矣. 臣等更與醫官等, 反覆商議, 則必先累度受鍼, 以通經脈, 然後觀其虛寒邪氣所聚處, 乃施牛角灸, 以補眞氣爲當. 治病之方, 次第如此, 明日則只先受鍼何如 敢稟.” 答曰: “依啓.” (약방 도제조 김명원 등이 침 맞을 것을 아뢰다. 약방 도제조 김명원과 제조 유근, 부제조 윤돈이 아뢰기를, “내일 주상께서 침을 맞으셔야 합니다. 신들이 다시 의관들과 반복해서 상의해 보니 반드시 먼저 여러 차례 침을 맞아 경맥을 통하게 한 뒤에, 허한과 사기가 모이는 곳을 보아서 그곳에다 우각구를 떠서 진기를 보충해야 한다고 합니다. 병을 치료하는 처방의 차례가 그러하니 내일은 먼저 침만 맞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감히 품합니다.”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
○ 보스 토토 34년 1601년 3월 25일. 癸亥, 辰時, 上御便殿受鍼, 王世子入侍. 藥房提調金命元, 柳根, [咫尺天威, 敢發穢聲, 蓋爲人輕率之致也.] 尹暾, 醫官許浚, 李公沂, 金榮國, 許任入侍, 巳時罷黜, 命賜酒于(闔)〔閤〕 門之外. (진시에 상이 편전으로 나아가 침을 맞았다. 왕세자가 입시하고 약방 제조 김명원, 유근〔임금의 지척에서 감히 방귀를 뀌었으니 이는 위인이 경솔한 소치이다〕, 윤돈, 의관 허준, 이공기, 김영국, 허임이 입시하였는데, 사시에 끝내고 나갔다.
합문 밖에서 사주하라고 명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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