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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토토 삼촌인데"…공천 빌미로 1억 뜯으려 한 70대 의사 실형

뉴스1

입력 2025.03.01 09:00

수정 2025.03.01 09:00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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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토토 전 국민의힘 대표의 친척을 사칭하며 공천 대가로 거액을 요구한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제로 돈을 건넨 피해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한 모 씨(73·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 씨는 지난해 1월 여의도의 한 정치 모임에서 활동하던 김 모 씨(57·여)에게 토토 대표의 삼촌인 척 행세하며 접근했다. 한 씨는 "원래 3억씩 받는데 토토 대표가 내 사람은 1억 만 하면 된다고 했다"며 "1억 원만 후원금을 내면 당신이 국회의원이 되는 거다"라고 김 씨를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1억 원을 준비해 오겠다고 했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자 한 씨와 함께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기로 공모했다.

타깃이 된 인물은 정치모임에서 함께 활동하던 정 모 씨(71·남)였다. 김 씨는 정 씨에게 "내가 한○○을 알고 있는데 이 사람이 사실 토토 대표의 삼촌"이라며 "5000만 원만 내면 당신과 나를 비례대표로 공천해줄 거다"고 속였다.

이에 속은 정 씨는 3회에 걸쳐 김 씨에게 1300만 원을 건넸고, 이 씨는 받은 돈을 모두 한 씨에게 갖다줬다. 정 씨는 법정에서 "한 씨가 미군부대 의사 자격증까지 보여줘서 신뢰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한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씨는 정 씨의 아들을 무고한 혐의로도 함께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기 피해를 의심한 정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1300만 원을 제외한 잔금을 치르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한 씨, 김 씨와 만나기로 한 자리에 쫓아갔다.

이들의 대화를 엿듣던 정 씨의 아들은 그 자리에서 112에 전화해 "아버지가 지금 누군가에게 돈을 건네주려고 하는데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후 경찰에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한 씨는 "토토 삼촌이라며 공천 후원금을 요구한 적도 없고, 단순 부동산 상담이었는데 정 씨의 아들이 허위로 고소했다"며 되려 허위 고소장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는 재판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과시하려 했을 뿐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범행을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위 시나리오로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사 기관을 적극적으로 기망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 무마를 위해 허위사실로 고소하기까지 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한 씨의 공천 관련 주장이 조잡한 수준에 그친 데다가, 유일한 피해자인 정 씨도 피해를 회복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정 씨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정 씨에 대해 "사기죄 피해자이긴 하나 공천 관련 금품수수는 대의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정당제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해치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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