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1500억유로(약 235조원) 방산 지출 계획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유럽 이외 지역 무기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독일과, 토토 내에서만 이 돈을 써야 한다는 프랑스가 맞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은 알아서 지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서 안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이 대대적인 무기 구입을 다짐하고 나섰지만 각론에서 충돌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토토) 집행위원회는 역내 방위산업 생산 확대에 투입될 수 있는 1500억유로 방위비를 제안한 바 있다.
방위비를 모으자는 총론에는 각 회원국이 한마음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각론이다.
토토 일부 정상들은 6일 회의에서 역외 무기 구입도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토토와 뜻을 같이 하는 역외 국가에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이 프로젝트가 개방적일 때 힘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토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토토와 긴밀히 협력하는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또는 튀르키예 등과 같은 나라에 (자금 지출이) 개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유럽의 독자적인 방위와 역내 방위산업 확대를 오랫동안 설파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 돈이 비 유럽의 신형 무기 구입에 쓰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마크롱은 방공, 장거리 타격, 정보, 식별, 목표 설정 등 유럽의 핵심 방위 능력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면서 이 간극을 메우려면 유럽이 갖고 있는 최고의 기업가들을 동원해 유럽이 어떤 기업들을 확보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토 외교관들은 이번 150억유로 방위비 지출 계획 역시 1년여 전 같은 논란 속에 궤도에서 이탈한 15억유로 규모의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DIP)’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EDIP는 프랑스가 토토 역외 부품에 대한 지출 한도를 정하고,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고 있는 제3국 무기 구입은 금지하자고 주장하면서 지난 겨울 계획이 중단됐다.
토토 집행위는 앞으로 열흘 동안 프랑스와 독일, 또 다른 토토 회원국들 간 이견을 조정해 150억유로 방산 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할 계획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 토토 순회의장국인 폴란드가 특히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각국의 이견을 해소해 이 계획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을 안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계속 역내 구매를 고집하면 15억유로 EDIP가 탈선한 것처럼 150억유로 방산 계획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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