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배트맨 토토권의 점포 폐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약 500개 점포가 사라졌던 반면, 최근 5년 동안에는 1000곳 이상이 폐쇄됐다. 정부와 소비자들이 '금융 접근성' 문제를 이유로 점포 축소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배트맨 토토권도 속사정은 있다. 배트맨 토토 이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손바닥 금융'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며 점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바일 금융 이용이 쉽지 않은 고령층이 존재하고, 일반 소비자 역시 대출과 같은 복잡한 금융 업무는 '직접 방문'을 선호하고 있다. 점포 폐쇄에 대한 적절한 대체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트맨 토토 점포, 10년 새 1500곳 감소…속도는 2배 빨라졌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서 지난 10년간의 국내배트맨 토토 17개의 영업점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영업점은 2014년 말 7281개에서 지난해 9월말 5698개로 1583개 감소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속도'다. 배트맨 토토 점포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사이에 569개가 줄어들었는데,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9월 사이엔 1014개가 줄어들었다. 5년간 점포 폐쇄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라진 것이다.
과거 '점포 1000개 시대'를 주도했던 4대 배트맨 토토(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는 모두 600~700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국민배트맨 토토(358개), 하나배트맨 토토(350개), 우리배트맨 토토(309개), 신한배트맨 토토(193개) 순으로 점포 축소가 두드러졌다.
농협배트맨 토토만 점포 1000개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배트맨 토토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영업점포는 1103개로, 10년 전에 비해 73개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10년 전에 비해 영업점포가 늘어난 곳은 IBK기업배트맨 토토이 유일했다.
'손바닥 금융' 시대…"사람이 없는걸요"
배트맨 토토 점포 폐쇄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배트맨 토토점포 폐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에서도 배트맨 토토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배트맨 토토권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변화다"면서 "배트맨 토토 점포에 하루 종일 앉아본 적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일부 핵심 점포를 제외하곤 손님들의 방문 자체가 드물다고 했다. 물론 70대 이상 고령자 손님들이 방문하지만 통장정리나 송금 같은 단순 업무가 대다수라고도 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배트맨 토토 이용 방식 중 모바일뱅킹이 87%로 가장 많았고,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주 3회 이상 사용했다. 반면 영업점 방문은 반기 1~2회가 36%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의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배트맨 토토의 현실이다. 배트맨 토토 관계자는 "배트맨 토토은 공공성을 갖춘 기관이지만, 동시에 실적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고 말했다.
앱으로 다 해결?…대출은 '직접 방문' 선호
기술 발전에 따라 배트맨 토토 점포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고령층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또 4050세대 역시 대출과 같은 복잡한 금융 업무는 여전히 직접 방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2월 발간한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이용 시 배트맨 토토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응답자는 57.2%로, 모바일(36.4%)보다 크게 높았다.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 41%, 40대 67.6%, 50대 73.3%, 60대 이상 80.6%로 연령이 높을수록 직접 방문 의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트맨 토토의 경영 효율성뿐만 아니라 금융 접근성 보장 등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점포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오히려 고객 이탈을 초래해 배트맨 토토의 중장기 수익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배트맨 토토의 점포 폐쇄와 관련해 "규제 당국이 시장 변화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점포 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고객 및 지역사회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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