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살려주세요."
지난해 7월 8일 0시를 막 넘긴 시간. 전북자치도 군산시 미장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중년 여성 B 씨(53)의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눈에 비친 B 씨 모습은 말 그대로 끔찍했다. 당시 B 씨는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복부와 허벅지 등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등에는 토토 사이트가 꽂혀 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가해자인 60대 남성 A 씨(63)를 긴급 체포했다. 알고 보니 A 씨는 B 씨의 전 남자 친구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연은 이랬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사건 발생 3개월 전인 지난해 해 5월께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B 씨는 A 씨와 만남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A 씨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A 씨는 과거 폭력 범죄로 4차례나 처벌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은 B 씨가 A 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하면서 극에 치달았다. 이 당시에도 A 씨는 토토 사이트를 들고 B 씨의 집을 찾아가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을 신고한 B 씨에게 앙심을 품었다.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A 씨는 급기야 B 씨를 살해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사건 당일 A 씨는 B 씨의 집 앞을 찾아가 기다렸다. 품속에는 미리 준비한 토토 사이트를 소지한 상태였다. 그리고 귀가하는 B 씨에게 다가간 A 씨는 토토 사이트를 꺼내 위협한 뒤 자신의 차 조수석에 B 씨를 강제로 태웠다.
B 씨는 소리를 지르며 차 밖으로 도망쳤지만, A 씨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A 씨는 B 씨의 복부와 허벅지 등을 토토 사이트로 3~4차례 찔렀다.
A 씨의 잔인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A 씨는 자신을 피해 재차 도망치는 B 씨에게 토토 사이트를 휘둘렀다.
B 씨는 등에 토토 사이트가 꽂힌 채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사건으로 B 씨는 전치 6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 자칫 칼의 각도가 조금만 벗어났다면 하반신 마비나 대동맥 손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었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법정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는 가능성과 위험이 있음을 인식·예견했음에도 토토 사이트로 찔렀다"면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토토 사이트의 각도가 조금만 벗어났다면 피해자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었다"면서 "비록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범행 경위나 수법, 피해 부위와 그 정도에 비춰 볼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 "원심판결 선고 이후 형을 감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과 양형 조건의 변경이 없는 점,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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