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톡홀름=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 6일(현지시간) 찾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중심지 노르말름 지구에 자리한 8층 크기 사무실 겸 주차 타워. 지상 2층부터 7층까지 총 6개 층으로 구성된 주차장 중 5층부터 7층까지 3개 층은 토토 베이 충전 전용 구역이었다.
한 번에 토토 베이 325대를 충전할 수 있어 평일 오전 중심업무지구(CBD)에 있는 주차장임에도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꼭대기 층의 70%는 비어 있을 정도였다. 토토 베이 운전자 입장에서는 충전기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날 이곳 6층에서 만난 오사 린드스트렘(54·여)은 자신이 모는 볼보자동차의 'XC40'을 주차한 뒤 차량 트렁크에서 케이블을 꺼내 11㎾짜리 완속 충전기에 꽂았다.
"BEV 못사면 PHEV라도 사야…자녀들이 먼저 토토 베이 권유"
한동안 자동차가 없었던 린드스트렘은 이 차를 1년 전에 구매했다. 원래는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순수 토토 베이(BEV)를 사려고 했지만, 여름휴가 때는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000㎞ 떨어진 별장에 머물기 때문에 PHEV를 차선책으로 선택했다. 스톡홀름을 비롯한 스웨덴 주요 도시는 언제 어디서든 토토 베이를 충전할 수 있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몇분 안에 주유를 마칠 수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는 게 더 경제적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린드스트렘은 기성세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녀들이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면 환경을 생각해 토토 베이를 살 것을 권유했다"며 "나 역시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학교와 사회에서 환경 교육을 받은 그들로부터 받는 기대와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젊은이들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2·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국적의 툰베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로 2019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에 선정된 바 있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토토 베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있는 어른으로서 그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린드스트렘의 얘기다.
보조금 없어져도 토토 베이 '불티'…'無탄소' BEV, 연간 도로세 최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확고한 인식 덕분에 스웨덴은 보조금 폐지 이후에도 토토 베이 판매량이 꾸준한 편이다.
스웨덴은 2018년 7월부터 토토 베이(BEV+PHEV) 구매 보조금인 '기후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BEV는 7만 크로나(약 1000만 원), PHEV는 1만 크로나(약 140만 원)를 신차 가격의 25% 이내로 지급했다. 그러다 2022년 토토 베이 침투율이 전체 신차 시장의 50%를 돌파하자 그해 11월부터 기후 보너스를 폐지했다
그럼에도 스웨덴 신차 시장에서 토토 베이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현지 자동차 제조·수입사 협회인 '모빌리티 스웨덴'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 신차 시장에서 토토 베이 침투율은 58.4%였다. 이는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위인 노르웨이(88.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BEV 비중은 전년 38.7%에서 35.0%로 줄어들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양상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PHEV가 21.1%에서 23.4%로 늘어났다. 이에 전체 토토 베이 침투율은 스웨덴 역사상 토토 베이가 가장 많이 팔렸던 전년 대비 1.4%포인트(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타 동력원별 신차 시장 침투율은 △일반 하이브리드(HEV) 10.1% △가솔린 22.5% △디젤 7.0% 순이었다.
스웨덴 정부의 토토 베이 지원 정책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연간 도로세를 분담해야 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PHEV와 달리 BEV는 탄소 배출이 전무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수준인 360크로나(약 5만 원)만 정액 지불하면 된다. 또한 스톡홀름에선 주차 요금만 내면 토토 베이는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사실상 토토 베이 충전 요금을 내연기관 차주와 나눠서 부담하는 셈이다.
아파트 내 토토 베이 충전기 설치에 대한 스웨덴인들의 인식도 한국과는 180도 달랐다. 린드스트렘은 토토 베이 충전기 설치율이 곧 해당 아파트의 시세를 좌우한다고 귀띔했다.이 때문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나서서 토토 베이 충전기를 더 설치할 것을 관리사무소 측에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스웨덴의 토토 베이 보급률이 워낙 높다 보니 관련 인프라가 열악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월 20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갖춘 아파트와 상업시설에선 최소 5%는 토토 베이 충전 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설치율은 법에서 규정된 것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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