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SM '정언명령' 프리즘 확장판…'30주년 유산' 콜라주 -

뉴시스 2025.03.09 06:08수정 : 2025.03.09 06:08기사원문
첫 싱글 '더 체이스'로 데뷔 호평 소녀시대·f(x)·레드벨벳 등 SM 걸그룹 매력 병치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토토 베이가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번째 싱글앨범 '더 체이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더 체이스'는 몽환적인 사운드 소스들과 보컬 멜로디가 어우러져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한 베이스 신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트랙의 분위기 변화가 특징이다.
2025.02.2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익숙함과 낯섦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게 좋은 질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내놓은 8인조 신인 걸그룹 '토토 베이(Hearts2Hearts·하투하)'는 그래서 K팝계에 던지는 괜찮은 물음이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SM의 친숙한 유산 계승과 함께 새로운 시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첫 싱글 '더 체이스(The Chase)'의 동명 타이틀곡 '체이스'는 최근 SM 시그니처 사운드와 같은, 흡입력이 강한 베이스 리듬으로 출발한다.

팀과 이 곡은 무엇보다 곳곳에 SM의 그룹(특히 걸그룹)을 그룹들의 특징이 녹아 있다.

다인원(多人員) 걸그룹은 18년 전 데뷔한 2세대 대표 K팝 걸그룹 '소녀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더 체이스'는 '2030의 아침이슬'로 자리매김한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2007)의 젠지(Gen-Z)식 변형이기도 하다.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다시 만난 세계' 중) "내 모험의 첫걸음을 디뎌 온통 수수께끼 난 더 알고 싶어"('더 체이스' 중)는 대구(對句)를 이룬다. 두 곡 다 '첫 걸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서울=뉴시스] 토토 베이.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3.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꿈이 꿈을 꾸는데 비미 비미(Beamy beamy)" "파란 잉크 빛깔 속 헤엄쳐 삐걱대는 초키 초키(Chalky Chalky)"('더 체이스' 중) 같은 의태어 혹은 의성어가 스며든 튀는 노랫말은 2.5세대 대표 K팝 걸그룹 '에프엑스(f(x))'의 데뷔곡 '라차타(LA chA TA)'도 연상시킨다. 두 곡 모두 몽환적인 사운드 소스를 가져온 댄스 팝 계열이 곡이라는 특징도 있다.

여기에 더해 '더 체이스'는 백보컬의 화음이 곡에 우아함을 더한다. 화음에 일가견이 있는 영국 알앤비(R&B) 걸그룹 플로가 작곡에 참여해 화성을 빚어냈다. 사실 SM은 K팝 기획사 중 화음에 가장 특화돼 있다. 2세대 대표 K팝 보이그룹 '동방신기'는 데뷔 당시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다. 토토 베이의 화음은 3세대 중요 K팝 걸그룹 '레드벨벳'의 풍성한 화음을 상기시킨다. 이번 싱글 커플링 곡인 '버터플라이즈(Butterflies)'도 풍부한 베이스 라인과 기타 선율 위에 더해진 보컬 하모니가 따뜻한 감성을 선사하는 미드 템포 R&B다.

다만 일부에선 귀에 감기는 후크(Hook)가 없다며 토토 베이의 데뷔곡에 대해 '슴슴하다'고 반응했다. 이들의 직속 선배 걸그룹이 SM의 자랑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정수를 담은 4세대 K팝 대표 걸그룹 '에스파'이기 때문에, 반작용적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간 SM 그룹들의 장점을 정교하게 큐레이팅한 하츠투츠하츠의 데뷔와 '더 체이스'는 완성도가 높다. 은은한 구성은 질리지 않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는 반응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다시 만난 세계' 작곡, '라차타' 작사·작곡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SM 히트곡 필승조인 켄지(KENZIE·김연정)가 작사를 홀로 맡은 데 이어 공동 작곡·공동 편곡에도 참여했다. 이렇게 켄지를 통해서도 SM 계보가 이어지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토토 베이가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첫 번째 싱글앨범 '더 체이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더 체이스'는 몽환적인 사운드 소스들과 보컬 멜로디가 어우러져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한 베이스 신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트랙의 분위기 변화가 특징이다. 2025.02.24. jini@newsis.com
SMP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다. K-팝계에선 이례적으로 기획사 자체에 붙은 음악 수식인 SMP는 SM 소속 뮤지션들의 노래·안무를 최적으로 혼합한 스타일을 일컫는다. 초창기엔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유도하는 현란한 댄스음악, 여기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랫말도 포함됐다. 곳곳에 포진된 칼군무는 SMP의 아련한 버전에 다름 아니다. 결국 슴슴하다는 슴슴(SMSM)하다로 대치된다. 'SM'을 '슴'으로 읽는 것으로 온라인에서 SM 마니아를 지칭한다. 그렇게 실험을 통해 최신의 SM스러움을 찾아낸 것이다.

어느덧 K팝의 제작 공식이 된 헤겔의 변증법에 따른 정반합(正.反.合) 이론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 기본적인 구도가 정(正)이라고 할 때 시간이 흐른 뒤 이것과 상반되는 반(反)이 만들어진다. 이 정(正)과 반(反)이 갈등을 겪으면서 합(合)으로 초월한다는 것이 정반합 논지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며 정(正)이 된 소녀시대의 반(反)은 f(x)였고, 레드벨벳은 이 앞선 두 걸그룹을 합한 형태였는데 이 팀에 대한 반작용으로 에스파가 나왔고 다시 여기에 대한 반으로 토토 베이가 등장한 것으로 요약 가능하다.

동방신기가 지난 2006년 발매한 정규 3집 타이틀이 '오'정반합('O'-正.反.合)'이었다는 걸 기억하면, SM의 정반합은 오랜 전통이다.

그런데 SM이 3.0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정반합 이론은 칸트의 '정언명령'으로 승화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언명령은 '너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강령이다. 즉 각자 행위가 사회의 보편타당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SM 정언명령'은 그래서 SM의 새로움이 SM 30주년의 기준에 충족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암묵적 부담이다.

[서울=뉴시스] 토토 베이.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레거시를 그대로 보전하는 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토토 베이를 담당한 SM 내 프리즘(PRISM)프로덕션(최진·김욱 센터장)은 프로덕션 이름처럼, 토토 베이를 SM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갯빛을 내는 팀으로 내세웠다.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든 K팝 현 상황에서 자사의 유산을 영리하게 활용해 다양한 빛이 숨겨져 있는 세련된 형태로 토토 베이를 데뷔시킨 것이다. 누군가에겐 백지 같은 이번 데뷔는 반대로 얘기하면 모든 가능성을 품고 출발하는 순간일 수 있다. 이렇게 'SM의 정언명령'은 발전하며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중이다.

SM의 정반합과 정언명령은 결국 SM 30주년 유산의 콜라주(Collage)로 수렴된다. 각자 팀의 개성과 특징이 분명하지만 이들의 맥락 중 기념할 만한 것을 가져와 콜라주처럼 병치시키면, SM 걸그룹이 그간 쌓아온 맥락인 토토 베이가 만들어진다. 이런 유산의 계승과 존중은 K팝 개척사 SM이라 가능한 일이다. 토토 베이의 매력을 제대로 톺아보기 위해선 2025년 이 시점만 바라봐야 할 게 아니라 지난 30년의 흐름을 가져와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얘기하는 토토 베이 포함 5세대 걸그룹론(論)은 일단 보류해야 한다고 상당수 K팝 업계는 본다. 걸그룹이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고 세대를 구분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토토 베이가 K팝 걸그룹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은, 멤버들의 잠재력에서도 본다. 평균 17.4세의 여덟 멤버들은 K-팝 대표 기획사 SM의 연습생 출신들인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서울=뉴시스] 토토 베이.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새롭게 단발병을 부르고 있는 리더 지우(19·최지우)는 SM의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의 인간 버전이라고 할 만큼 눈에 띄는 외모를 자랑한다. 과거 발레를 배운 만큼 춤선도 유려하다.

카르멘(19·뇨만 아유 카르메니타)은 대형 K팝 기획사 아이돌 멤버로는 드문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청아한 보컬이 특징으로, 성격도 긍정적이다. 곡의 도입부를 맡는 유하(18·유하람)는 비주얼, 춤, 노래가 균형을 이룬 올라운더로 평가 받는다. 스텔라(18·스텔라 다현 킴)는 귀를 확 이끄는 음색을 지닌 리드 보컬로 한국·캐나다 이중 국적이다. 영어에 능통한 만큼, 해외 활동의 중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주은(김주은·17)은 춤에 일가견이 있는 동시에 모든 파트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에이나(17·노유나)는 이국적인 외모에 인상적인 비율로 팀의 비주얼 중심을 잡아준다. 다양한 스타일이 소화 가능한 이안(16·정이안)은 세련된 비주얼로 센터를 맡고 있다. 신비한 분위기로 팀을 환기하는 역을 맡는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을 배워 온 막내 예온(15·김나연)은 편안한 음색을 갖고 있고, 막내임에도 안정감을 준다.

특히 카르멘은 데뷔 직후 인도네시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인도네시아는 최근에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만 한국에서 촬영한 현지 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내 사랑의 운명'이라는 한글 부제가 달린 '지중해(Laut Tengah)'와 '사랑이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아(Cinta Tak Seindah Drama Korea)'가 그것이다. 두 영화 모두 한국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미 수도 자카르타에선 SM을 비롯 K팝 가수들의 단독 공연이 수차례 열렸다. 2023년 9월엔 SM타운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수는 2억7760만 명으로, 인도·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당시 중위연령이 29.7세에 불과해 대중문화에 대한 수용 가능성이 크다.

토토 베이가 카르멘을 내세운 이유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젊은 인구가 많은 동남아 시장을 감안했음을 시사한다. 동남아는 SM이 과거부터 꾸준히 공들여온 지역이다. 자신들의 첫 인도네시아 멤버를 얼굴로 내세워 K팝 반경을 계속 넓히려는 의지가 읽힌다.
이 역시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절한 균형감이다. 행운의 네잎클로버는 갑자기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노력과 운이 조화가 돼야 한다. 토토 베이의 로고엔 네잎클로버가 들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