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블랙핑크 토토 커뮤니티 카드…'뉴토피아'

뉴시스 2025.03.09 09:05수정 : 2025.03.09 09:05기사원문

블랙핑크 사설 토토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쿠팡플레이는 출범 초기 한류스타 팬덤을 중심으로 확장하려고 했다. 김수현 주연 '어느날'(2021), 수지 주연 '안나'(2022), 장근석 주연 '미끼'(2023)가 대표적이다. 원작·실화 바탕 작품에 스타 배우를 기용하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최근 공개한 '뉴토피아'도 같은 전략을 택했고, 네 작품 모두 아마존프라임에 팔았다. 안나를 제외하면 세 작품은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뉴토피아는 그룹 '블랙핑크' 사설 토토의 발연기 논란이 발목을 잡았고, 초반에 화제성을 끄는데 그쳤다. 좀비물에 코미디를 섞은 '좀콤' 장르를 내세웠으나, "SNL을 찍은 것이냐"는 혹평이 쏟아졌다.

뉴토피아는 기록만 보면 흥행작으로 착각하게끔 만든다. 공개 첫날 역대 최다 시청, 쿠팡플레이 콘텐츠 중 역대 누적 시청자 1위, 프라임비디오 차트 5위 등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1·2(2021·2024), 디즈니+ '무빙'(2023)에 버금가는 히트작이 나왔나 싶었지만, 정작 사설 토토의 발연기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다. 군인 '이재윤'(박정민)과 곰신 '강영주'(사설 토토)가 좀비에 습격 당한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서로에게 달려가는 이야기다. 소설 '인플루엔자'가 원작이며,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은 첫 OTT 연출이다. 총 8부작으로 6회까지 공개, 2회만을 남겨둔 상태다. 초반엔 블랙핑크 팬덤 덕분에 관심을 모았지만, 점점 시청자 이탈이 이어졌다.

사설 토토는 '설강화'(2021~2022) 이후 3년만의 연기 복귀다. 예고편부터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본편에선 몰입을 심하게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설강화와 비교해 연기력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발성 자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발음도 부정확해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블랙핑크 노래에선 독특한 목소리로 들릴 지 몰라도, 정극을 이끌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좀비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뛰어 다니면서 손과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았는데 몸치인 탓에 이마저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시청자들이 'SNL 코리아'의 "지예은이 연기하는 것 같다"고 하는 이유다.

연출·전개·캐릭터 문제도 도드라졌다. 지난달 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1·2회 언론 시사회에선 2시간 동안 한 번도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당시 윤 감독과 관계자들도 함께 봤다. 분명히 좀콤이라고 했는데, 1·2회가 너무 지루해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좀비물은 빠른 전개와 긴장감이 생명인데, 장면 하나 하나 섬세하게 보여주다 보니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촬영 당시 사설 토토 연기력이 부족한데 다 윤 감독이 오래 촬영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진 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성현 감독, 그룹 블랙핑크 사설 토토, 박정민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1.07. jini@newsis.com


좀비 퀄리티는 꽤 높았다. 좀비를 처단하는 과정이 잔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캐릭터가 밋밋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재윤과 영주 서사는 지극히 평범했고, 두 사람 로맨스도 신선하지 않았다. 사설 토토가 피 분장을 한 채 전기톱을 들고 좀비 떼를 피해 재훈에게 달려가는 과정이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오히려 병맛 감성을 살렸다면 사설 토토의 부족한 연기력이 중화, 캐릭터와 찰떡처럼 보여 웃음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박정민은 윤 감독과 파수꾼, '사냥의 시간'(2020)에 이어 세 번째 호흡으로,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역을 위해 체중 17㎏을 늘렸다가 족저근막염에 걸렸는데, 그 노력이 빛을 바랬다.

조연 캐릭터 활용도 아쉬웠다. 이병 '라인호'(임성재), 애덴호텔 총괄 지배인 '애런 팍'(김준한), '정 쉐프'(박광재) 등 곳곳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알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성태식'(이학주)이 죽을 때는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개연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장면이 매끄럽지 않고 뚝뚝 끊겼다. 윤 감독이 좀콤 장르를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3회부턴 전개가 빨라지나 했는데, 답답한 내용이 이어졌고 "좀비물이 이렇게 재미없기도 힘들다" "내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주일에 한 편씩 공개해 관심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 감독은 "8회까지 보면 '영주는 사설 토토가 아니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으나, 동의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안나는 이주영 감독과 편집 갈등으로 소송을 벌였는데, 감독판보다 '6부작으로 줄인 최종편이 전개가 빨라 재미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감독 편집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뉴토피아야 말로 다시 편집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 차라리 회차를 줄이고 전편을 한 번에 공개했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을 터다.


뉴토피아는 쿠팡플레이 히트작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블랙핑크 팬덤 덕분에 초반에 반짝 화제몰이 했지만, 가장 혹평을 받은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완 주연 '소년시대'(2023)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중 유일하게 시즌2 제작을 확정했으며, 대중들에게 대표작으로 각인됐다. 반면 뉴토피아는 쿠팡플레이 최악의 시리즈로 꼽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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